서민주거 안정용 ‘도시형 생활주택’ 들여다보니…

에너지 등급 맞추려 원룸형에 대형보일러 같은 크기 오피스텔보다 1000만원 더 비싸

8월 첫 입주를 시작한 ‘도시형 생활주택’이 관련 규정의 미비로 도심에 저렴한 주택을 공급한다는 당초 정책 취지를 살리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도시형 생활주택은 정부가 서민 주거안정과 1∼2인 가구의 주택 공급을 위해 지난해 도입한 것으로 도심지역에 주택법에 따라 사업승인을 얻어 전용면적 85m² 이하를 150채 미만으로 짓는 주택을 말한다.

서울 관악구 신림동에 위치한 도시형 생활주택 ‘신림아데나 534’는 전용면적 17∼18m², 총 149채 규모로 초소형 아파트에 가깝다. 건물 외관은 오피스텔과 크게 다르지 않고 내부는 주방이 합쳐진 방 1개와 욕실로 돼 있다. 4월 청약 때 3.5 대 1의 경쟁률을 보였으며 현재 90% 이상 계약을 마쳐 나쁘지 않은 성과를 냈다.

하지만 사업자들은 수지가 맞지 않아 도시형 생활주택을 추가로 짓기는 어렵다고 말하고 있다. 실제 20m² 남짓한 방에 맞지 않는 100m²형 대형 보일러가 설치돼 있다. 도시형생활주택도 아파트와 마찬가지로 주택법을 따라야 하는데 모든 아파트는 에너지 효율 2등급 인증을 받아야 사업승인이 나온다. 시공사 관계자는 “2등급에 준하는 소형 보일러는 시중에서 구할 수 없어 어쩔 수 없이 쓸데없이 큰 보일러를 들여놨다”고 말했다. 보일러뿐 아니라 마감재 유리 현관문까지 에너지 효율에 맞춰 비싼 자재를 썼다. 이 관계자는 “사업 초기 공사비를 3.3m²당 300만 원 정도로 책정했는데 짓다 보니 100만 원가량 높아졌다”며 “용도나 크기는 오피스텔이지만, 규제는 아파트 수준인 꼴”이라고 말했다.

공사비 증가는 결국 분양가와 임대료 상승으로 이어져 서민들에게 저렴한 주택을 제공한다는 당초 취지가 무색해졌다. 아데나의 분양가는 1억4500만 원으로 주변에 같은 크기의 오피스텔에 비해 1000만 원가량 비싸다. 임대할 경우 보증금 1000만 원에 65만 원으로 주변 원룸보다 10만 원가량 더 내야 한다.

정부가 제도를 도입할 때 내놓은 지원책은 현실성 없는 ‘탁상공론’이라는 지적도 있다. 정부는 원룸형의 경우 전용면적 60m²당 1대로 주차장 기준을 대폭 완화했다. 아파트의 경우 의무 사항인 경비실 및 공동시설도 제외시켰다. 하지만 실제로는 완화된 기준과 상관없이 더 많은 주차장과 부대시설을 갖춰야 하는 실정이다. 내년 입주 예정인 ‘하나세인스톤’ 관계자는 “주차장과 부대시설이 부족하면 분양과 임대가 안 되기 때문에 어차피 만들어야 할 시설”이라며 “큰 도움이 되지 않는 규정”이라고 말했다. 현실적으로 급한 국민주택기금을 통한 사업비 대출은 기준이 엄격해 도시형생활주택 사업자들은 엄두도 못 내는 실정이다.

양도세 중과세 문제도 도시형생활주택 활성화에 발목을 잡고 있다. 아파트 소유자가 도시형생활주택을 구입하게 되면 1가구 2주택자가 돼 양도세 중과세를 부과받게 된다. 인근 부동산 중개업자는 “양도세 중과세 때문에 도시형생활주택 구입을 포기하고 중과세 대상이 아닌 오피스텔이나 원룸을 계약하는 사람이 많다”고 말했다.

김철중 기자 tnf@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