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택시장 일본 따라간다”
“국내 주택시장 일본 따라간다”
인터뷰/하나금융경영연구소 금융시장팀 손은경 선임연구원
지속적인 인구 감소, 베이비붐 세대 은퇴, 1~2인 가구 증가….
주택수요 변화를 겪고 있는 국내 주택시장이 일본을 따라가고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10~20년 전 일본과 현재 우리나라의 주택시장이 비슷한 상황이라는 것이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 금융시장팀 손은경 선임연구원(사진)은 “10~20년 전 일본과 현재 우리나라의 인구구조 변화 추이가 비슷하다”며 “주택수요의 움직임에 따라서 시장 판도가 달라진다는 점을 고려할 때 향후 일본과 비슷한 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2005년 인구가 감소하기 시작한 일본의 뒤를 이어 우리나라는 2019년 이후 인구가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1990년 주택의 주요구매연령층(35~54세) 규모가 정점을 지난 일본처럼 2011년 우리나라도 베이베붐 세대가 은퇴하면서 정점을 지나 지속적으로 감소한다는 것.
여기에 1~2인 가구의 빠른 증가세도 일본과 유사하다는 것이다. 손 연구원은 “일본의 사례에 비추어 보면 향후 국내 주택시장의 키워드는 소형화, 차별화, 임대시장 성장 등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나라는 예로부터 주택소유에 대한 욕구가 강하지 않았나. 이런 욕구가 쉽게 사그라지지는 않을 것 같은데.
“일본도 주택소유에 대한 욕구가 우리나라만큼 컷다. 하지만 90년대 이후 주택가격이 하락하면서 집을 보유했을 때 자산가치가 하락하자 소유의 필요성에 대해서 회의적으로 바뀐거다.
특히 젊은층을 중심으로 이런 분위기가 확산되면서 소유보다는 임대 선호도가 높아졌다.”
-그럼 우리나라도 향후 주택 보유시 자산가치가 떨어질 것으로 보는 건가.
“벌써 그런 분위기가 나타나고 있지 않나. 2008년 이후 2년이 넘게 주택시장이 침체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는 집값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없어서다.
정부가 최근 주택거래 활성화를 위한 대책을 발표했지만 시장에 별반 영향을 미치지 못하고 있다.
그간 국내 주택시장이 정책에 크게 좌우됐던 것을 감안하면 주택 수요자들의 인식이 달라지고 있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요즘 신혼부부 등 젊은층은 전세를 선호하고 중대형보다는 소형에 관심을 갖는다.”
-그럼 결국 주택시장이 임대를 중심으로 재편된다는 건가.
“집값 상승에 대한 기대감 없이는 주택 수요자들이 선뜻 집을 구매하지 않을거다. 하지만 살 집은 있어야 하니 결국 전세든 월세든 임대해야하는 것 아닌가.
앞으로 보금자리주택 등 주택공급이 아무리 많아도 임대 선호도가 더 높아지게 될 것으로 본다. 집을 사더라도 집값이나 유지비 등의 부담이 적은 소형을 선호할거다.”
소형주택 시장 커질 것
-그렇다면 앞으로 아파트보다는 도시형생활주택이나 준주택이 활성화된다는 건가.
“그렇다. 정부가 지난해 준주택 개념을 도입하고 소형주택 활성화를 위한 정책을 내놓고 있는 것은 늘어나는 1~2인 가구 등 주택수요의 변화를 고려하고 있다는 것 아니겠나.
주택시장 침체로 올해 아파트 건축인·허가 건수는 확 줄었지만 도시형생활주택은 많이 늘었다. 특히 아파트를 지을 땅이 거의 없는 서울에서 소규모 도시형생활주택 건축인·허가가 부쩍 늘었다.
이들 소형주택과 1~2인 가구를 중심으로 임대시장도 커질 거다.”
-일본에서 리폼(리모델링)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던데 우리나라도 그럴 것으로 보나. 우리나라는 전통적으로 리모델링보다는 재건축 선호도가 높지 않나.
“지금까지 재건축은 저층 아파트단지를 중심으로 추진됐다. 재건축 선호도가 높았던 데는 아파트 높이가 높아져 가구수가 많아지고 집 크기가 넓어져 수익을 기대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렇게 고층으로 재건축한 단지들이 20년 후에는 어떻게 되겠나. 이미 높게 지을 수 있을 만큼 짓고 집도 넓은데 다시 재건축을 한다 해도 수익을 내기는 어려워질거다.
결국 낡은 집을 수선하기 위해 리모델링을 하게 된다는 거다.”
-그렇다면 20여 년 후엔 국내에 리모델링 붐이 일어날 거라는 건가.
“단순히 벽지 바꾸고 집 넓히는 개념의 리모델링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 예컨대 165㎡형 1가구를 99㎡형과 66㎡형 두 가구로 리모델링하는 식이다. 99㎡형은 내가 살고 66㎡형은 전세나 월세를 주고 임대수익을 얻는 것이다.
일본에선 노인층을 중심으로 이런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우리나라에서도 향후 이런 움직임이 나타날 것으로 본다.”